입주자 대표회장을 하고
한 상 삼 주거복지연대 이사장
숙명여대 겸임교수
지난달 17일 입주자대표회의를 마지막으로 2년에 걸친 입대의 회장 임기가 무사히 끝났다. 원래 법상으로는 연임이 가능하지만 여러 사정을 감안, 우리 단지는 규약으로 회장은 연임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공약도 많이 제시했고 또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도 많아서 한 번 멋지게 하고 싶었는데 결과는 아쉬움이 너무 많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12년 하반기 서울시에서 주관한 아파트 관리비 줄이기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돼 상당한 성과를 본 것이라 하겠다.
가장 크게 줄인 것은 공동전기료이다. 회장으로 취임하기 직전인 2011년 12월 우리 단지 공동전기료는 약 2,300만원이었다. 그런데 임기가 끝날 무렵인 2013년 12월은 약 660만원으로 거의 3분의 1수준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물론 계절에 따라 전력수요가 다르기 때문에 매달 그렇게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떻든 월평균 1,000만원 내외의 공동전기료를 절약할 수 있게 됐는데 이렇게 된 데는 직원들의 노력과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은 덕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것은 입주민 공동체를 활성화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입주민들의 직접선거에 의해서 그것도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선이 됐음에도 막상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실의 벽은 높았다. 변화에 대한 거부감, 불신 등으로 사사건건 반대에 부딪히기 일쑤였다. 임기 첫 해는 거의 1년 동안 회의 때마다 상처를 입었다. 하긴 아무런 연고나 지지기반도 없는 지역에 이사온지 1년도 못돼 한 단지를 책임지는 회장이 된 것 자체가 기적이긴 하다. 직선제가 아니었으면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다. 나름대로 관리업무에 대한 경험도 있고 또 많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일해 왔으므로 입대의 회장을 하는데 큰 애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회장이 되고 보니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관리업무의 상당부분을 입대의에서 논의하고 결심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큰돈이 들어가는 수선유지 관련사항은 전문지식 없이 상식으로 처리할 사항이 아니다. 예를 들어 잦은 엘리베이터 고장 시 고쳐만 줘도 되는지, 어느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지 아니면 통째로 바꿔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입대의에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데 그런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관리사무소도 제대로 판단할 능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아파트 관리를 둘러싼 비리가 끊어지지 않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도 이처럼 전문성 부족에 있음이 분명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마다 전문가로 자문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으나 명목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또 하나는 동대표 중 선임한 감사로 하여금 관리업무를 감독토록 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문제가 있어 보인다. 복잡한 업무를 감사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감사를 선임하기도 불가능하다. 그것보다는 동대표가 아닌 입주자 중에서 분야별 전문가를 선임, 감사위원회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감사를 실시하는 것이 보다 현실성이 있을 것 같다.
입대의가 업무수행에 깊숙이 개입하는 상황에서 입주자대표 중 선임한 감사가 업무감사를 책임진다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사전 컨설팅이나 관리감독기능이다. 다행히 올해 정부차원에서 ‘아파트관리 지원센터’를 운영한다고 한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매우 잘한 일이다. 아파트 관리비리를 방지하고 업무를 선진화하려면 관리업무 전반에 걸친 관리감독과 컨설팅 등을 전담할 독립적이고 공적인 관리전문기관이 필요하다. LH의 임대관리업무 및 주거복지기능과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의 업무를 통합 재편해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했던가. 마지막 종무행사를 통해 그간의 오해도 풀 수 있었고 과분하게도 동대표들로부터 감사패도 받았다. 생각해보면 그간의 오해와 갈등도 나의 부덕과 생각의 차이였을 뿐 모두 잘 해보자는 취지가 아니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