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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슈

사통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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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통의 역사

 

"내가 당신을 기둥서방 만든 거네?" 가수 출신 퍼스트레이디 브루니가 남편인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했다는 말이다. 대통령 부부 사이의 이런 은밀한 대화를 담은 녹취록이 2년 전 언론에 유출돼 프랑스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켰다. 비선(秘線) 정치 참모인 파트리크 뷔송이 대통령궁을 드나들며 5년간 몰래 녹음한 게 샜다. 최고 권력자의 비선은 공식 라인에서 수행하지 못하는 내밀한 임무도 하지만, 자칫 권력의 존립을 흔들기도 한다.

 

미국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부인 낸시 레이건 여사는 백악관 시절 '막후 실력자' 또는 '여왕 낸시'로 불렸다. 장관 부인들과 모임을 주도하고 정책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에 총격을 당했다. 이후로 낸시 여사가 캘리포니아의 점성술사 조앤 퀴글리에게 크게 의지했다는 사실이 비서실장을 지낸 로널드 리건의 회고록에서 공개돼 논란이 됐다. 낸시 여사는 점성술사에게 길일(吉日)을 받아 대통령 전용기 이·착륙, 기자회견 등 대통령 일정을 짰다고 한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어리석고 유약한 통치자의 눈과 귀를 가려 나라를 기울게 한 비선 실세의 대표로는 러시아 제정 말기 요승 라스푸틴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황태자의 혈우병을 낫게 했다고 황실의 신임을 얻은 라스푸틴은 방탕한 생활을 하면서 국가 대사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라스푸틴에게 아첨해 한자리한 인물이 가득한 러시아 황실은 몰락을 자초했다.

 

구한말 임오군란이 일어나자 명성황후는 충주목사 집으로 피신했다. 그곳서 과부 무당이 환궁 날짜를 점쳐줬는데 들어맞았다. 왕비는 이 무당을 데려와 '진령군'으로 책봉하고 극진히 예우했다. 진령군에겐 아무 때나 임금과 왕비를 알현할 기회가 주어졌다. 국가 대사가 진령군의 조언을 받아 이뤄지기도 했다. 진령군 입을 통하면 안 열리는 벼슬길이 없으니 그의 집에 돈 싸들고 오는 사람, 의남매 맺자고 찾아오는 인간이 줄을 이었다.

 

비선 실세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까지 미리 받아 손봤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순실의 컴퓨터 파일 중에 '오방낭'이란 파일 묶음도 있었다. 오방낭은 오색 조각을 이어 만든 복주머니다. 대통령 취임식 날의 '희망 복주머니' 행사도 괜히 나온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공식석상에선 '불통'이고 사사로운 사이인 '사통(私通)'에만 의존했기 때문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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