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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관리소장의 처세술 (교토삼굴)(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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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소장의 처세술 (교토삼굴)

 

 

교토삼굴(똑똑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은신처)을 가지고 산다)

 

 

교토삼굴을 의역하면 '준비된 사람은 언제든지 위기에서 벗어날 대안을 갖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말이다.

 

관리소장은 세 개의 굴(실제적 정신적인 은신처)을 가지고 있어야 인정되게 소신껏 근문할 수 있다.

 

첫 번째 굴은 가정이다.

 

원만하고 편안한 가정생활에서 좋은 에너지가 많이 비축된다. 그래야 일터에서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힘차게 일할 수 있다.

 

미혼의 관리소장들은 세대를 구성하는 가정생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세대를 이루고 사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간단한 민원에 때때로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래서 아파트 단지에서 관리소장을 뽑을 때 45세 전후의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을 1순위로 선호한다.

 

두 번째 굴은 현재 근무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이고,

 

세 번째 굴은 현재 근무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 잘못되면 실업급여 타는 일없이 금방 대치할 수 있는 현 근무지와 다른 아파트 단지, 즉 내가 다음에 근무할 아파트이다.

 

아파트 관리소장이라는 직업은 현재 근무하고 있는 아파트와 다음에 근무할 수 있는 아파트의 관계가 다른 직종보다 기민한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관리소장 일자리가 1만 개인데 주택관리사 자격증 소지자가 1만명이라면, 지금 받는 월급의 2배를 더 준다고 해도 아파트 단지를 골라서 갈 것이고, 지금보다 더 어깨 피고 근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세 번째 굴인 다음에 근무할 수 있는 아파트 단지가 보장된 게 없고, 특별한 연줄(고래 힘줄 정도 되는)이 없는 사람은 공백이 생겼다하면 기다리는 것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우리 관리소장들이 당장 당면할 수 있는 문제다.

 

관리소장이라는 인력시장은 제로섬 게임이 적용되는 시장이다.

 

다른 일자리 시장은 정부에서 대기업에 압력을 가하면 1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나오지만 관리소장 일자리는 플러스 제로다.

 

가뭄에 콩 나듯이 새로운 입주 아파트가 생기는 게 전부다. 어쩌다 나오는 빈자리는 워낙 문제 많고 시끄러워서 싸움으로 이리저리 터지다가 관리소장이 못 견디어 나오는 자리나 위탁회사나 동대표들이 불순한 의도를 갖고 근무 잘하고 있는 관리소장을 생트집을 잡아서 끌어내리면서 나오는 자리다.

 

거기에 뭉치돈이 오고간다고 하니 말 그대로 피 터지는 레드오션 인력시장이 된 것이고, 이번 9월 주택관리사 시험이 끝나면 자격증 소지자는 4만명에 가까워질 수 있는데, 그 자리를 구하려고 애쓰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피 터지는 강도는 더욱 세질 것이다.

 

A관리소장은 현재 관리하고 있던 아파트에서 별 문제는 없었지만 주택관리사 ''자도 뗐겠다, 조금 큰 단지에 가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8백세대가 조금 넘는 자치관리하는 아파트에 이력서를 제출해서 한 달 뒤부터 근무한다는 동대표회의의 결정을 받았다.

 

근무하고 있는 아파트 후임 관리소장을 서둘러 뽑고나서 보름 만에 업무 인계를 하고, 보름 정도는 쉬었다가 새로운 아파트 단지에 근무하겠다는 마음으로 설레고 있는데, 근무 예정일 7일 전에 동대표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절차상의 문제가 있어서 결정된 내용이 번복됐다'. (, 한심한 것들이다. 한 사람의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을 그렇게 처리하다니!)

 

냇가를 건너는 데 흔들거리는 징검돌을 잘못 짚어 물에 빠진 것이다.

 

확실하게 지지된 단단한 징검돌을 앞발로 확실하게 딛고도 뒷발은 천천히 옮겨야 된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인계를 서둘러서 한단 말인가! 후임 관리소장도 천천히 여유 있게 뽑게 하고(법적으로도 공백이 생기고 나서 한 달 안에만 채용하면 되는데), 업무 인계도 새단지에 업무 시작하고 난 다음에 왔다 갔다 하면서 천천히 하면 되지, 뭘 그리 급하게 서둘렀는지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거기 동대표들과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 이후 2차적으로 거래한 사람과는 어느 규모의 액수에 거래했기에 번복당한 것인지?

 

본인 쪽팔린지 함구하고 있기 때문에 내막 사정은 모른다. 그러나 결론은 고래 힘줄커녕 단단한 동아줄도 없는 그 사람은 아직도 물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자리가 위기에 몰려 위태롭게 되면 대안으로 내가 갈 자리는 없는데, 지금 이 자리에 올 사람들은 줄서서 있다.

 

동대표 회장 라인 타고 줄 서있고, 동대표 감사 뒤에도, 부녀회장 뒤에도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일반 기업에서 정년퇴직하는 사람들과 공무원, 군인들이 정년을 앞두고 배려하는 1년 사회적응 기간에 학원비를 지원받으면서 주택관리사자격증을 따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도 있는 걸 봤을 때, 그 줄은 더 길어질 것이다.

 

위탁관리회사 테이블에는 관리소장 후보자들의 이력서 쌓여있는 것만 셀 수 없이 많다. 맨 위에 올라선 이력서 사진의 주인공은 지금 내 자리를 구멍이 뚫어져라 하고 쳐다보고 있다.

 

며칠 전 KBS뉴스에도 나왔지만 전국에 400여개 아파트 단지를 관리하고 있는 위탁관리회사에서 아파트 위탁관리를 따기 위해 동대표들에게 돈을 뿌리고, 위탁관리권을 따면 청소, 경비, 전기 등 용역회사로부터 돈을 먹고 위탁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의 용역권을 준다.

 

또한 대기하고 있는 주택관리사 자격증 소지자에게는 아파트 단지에 배치해 준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고 있다는 공공연한 비밀이 공중파를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우리 관리소장들의 가장 가까운 주변에서 암암리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전체가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일부에서 나타나는 문제겠지만 지금 관리소장이라는 내 자리도 나도 모르게 돈뭉치와 함께 묶여서 후임자와 거래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현실로 나타났다.

 

숲속에서 토끼가 노니는 곳의 근처에는 세 개의 굴이 있기 때문에 맘 놓고 뛰어다니는데, 관리소장은 세 번째 굴이 전혀 없다고 봐야 하니 불안하다. 자기 소신껏 맘 놓고 일한다는 게 힘들다.

 

대의명분을 내세우면서 당당하게 나서지 못하고 분위기를 살펴야 한다. 법대로 하는 게 정답인 줄 알지만, ', '하면 능력도 없는 게 ', '거린다고 눈치를 주면 주눅이 드는 게 우리 관리소장들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관리소장들의 처세다.

 

이런 주변의 현실적인 취약함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근무하는 관리소장들이 우리 주위에는 꽤 많다.

 

그들은 최악의 상황에 처한다 하더라도 정정당당하게 관리했기 때문에 그 상황을 떳떳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맘으로 일한다.

 

최악의 상황을 두려워하고 굴하든 어떻게 하든 그 상황은 피해야한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큰 낭패를 보게 된다.

 

매사에 소극적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고, 각종 스트레스(분노, 좌절, 모욕감, 격분)에 시달려야 한다. 시달리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쪼글쪼글해져서 결국엔 지쳐서 나오든지 잘린다.

 

잘릴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반드시 잘린다. (정복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반드시 정복당한다. -나폴레옹-)

 

 

 

B관리소장은 위탁회사 소속으로 위탁회사에서도 문제 많고 소란한 아파트 단지를 맡겨서, 자기 소신과 원칙대로 관리하면서 아파트 단지를 조용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사람이다.

 

그 사람은 동대표를 술로 달래지 않는다. 시끄럽고 문제 많은 동대표들을 술로 달래기 시작하면 그 요구하는 양이 커지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기대만큼 만족치 못할 때는 시원찮은 관리소장이라고 단정하고 걷어찬다는 얘기다.

 

애초부터 그런 기대 싹을 잘라버린다.

 

명절이라고 동대표들에게 선물하는 것도 일체 없다. 선물을 받고 고맙게 생각하면 되는데 이것들이 '관리소장은 뭐 먹었는데 우리한테 이런 걸 주나?'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예 검게 생각하는 단초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히려 동대표라고 보통 입주민들보다 차별적으로 혜택 받는 것이 조그마한 것이라도 있으면 민법의 '부당이득'이라는 법조문을 내세워 그 동안 먹은 것을 토해낼 수 있으니 여기서 조용하게 혜택 받는 것을 끝내자고 설득해서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그 아파트 단지에서 떠나려는데 일부 입주민들도 잡지만, 그렇게 시끄러웠던 동대표들도 잡는다는 것이다. 위탁회사의 시장도 그 사람한테는 원하는 단지로 언제든지 보내준다는 조건으로 붙들고 있다. 그 사람은 원칙과 자기 소신껏 아파트를 관리함으로 세 개 굴이 아니라 그 이상의 굴을 확보하고 있는 사람이다.

 

우리 관리소장들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은 척박하고 주변은 어둡지만 세 개의 굴을 가진 토끼처럼, 우리도 세 개의 굴을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원칙을 지켜가면서 정정당당하게 소신 있게 일하자.

 

그래서 그릇된 동대표 중심의 아파트 관리 문화를 바꿔보자!

 

 

 

 

'관리소장살아남기(http://cafe.daum.net/sojanglife)'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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